
교토역빌딩 / 하라 히로시+아뜰리에・파이 건축연구소
교토는 일본의 오래된 수도였던 만큼, 전통을 상징하는 도시이다. 그리고 그 교토시의 중심에 위치한 주요 교통 허브이자, 거대한 스트럭쳐인 교토역빌딩. 현대 건축이 전통 도시 경관과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 건물은 1997년에 완공되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건축가 하라 히로시(原広司, Hiroshi Hara)가 설계를 맡았다. 그는 기존의 역사적 도시 맥락 속에서 새로운 건축적 질서를 제안하고자 하였고, 교토역은 그 실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도시의 인공지형으로서의 역”
- “공공공간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통과하는 장소다”
하라 히로시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공공간의 재해석”을 핵심 개념으로 삼았다. 그는 교토라는 도시가 지닌 전통성과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21세기의 교통과 도시생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장소를 창조하고자 했다. 그 결과로 태어난 교토역은 단순한 철도역을 넘어, 상업시설, 호텔, 공연장, 회의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거대한 도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건축적으로 교토역은 대규모의 철골 구조와 유리 파사드를 특징으로 한다. 전체 길이는 약 470미터, 높이는 60미터에 이르며, 일본 국내 역 건물 중에서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건물 중심에는 개방감이 뛰어난 아트리움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천장에서는 유리와 금속 프레임이 형성하는 격자 구조가 인상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거대한 내부 공간은 마치 하나의 도시 내부처럼 작동하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자연광, 음향, 공기 흐름 등을 통해 역동적인 공간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하라 히로시는 이 건물을 통해 “장소성의 다양성”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교토역 내부는 직선적인 동선과 복합적인 공간 배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용자들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끊임없이 시점을 바꾸게 된다. 이와 같은 설계 방식은 교토라는 도시가 지닌 중첩된 시간성과 공간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외부에서 바라본 교토역의 파사드는 교토시의 전통적 도시 이미지와의 충돌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러나 하라 히로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건축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교토역은 완공 이후 오늘날까지도 일본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이 건물은 단지 기능적 인프라를 넘어서, 건축이 어떻게 도시와 시민의 일상에 개입하고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하라 히로시의 교토역은 전통과 현대, 질서와 복잡성, 기능성과 상징성이 공존하는 드문 건축적 성취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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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신건축 1997년 9월호의 번역.
『新建築(Shinkenchiku)』
**프로젝트 정보 (Project Data)**
- 프로젝트명: JR Kyoto Station Building(JR京都駅ビル)
- 설계자: 하라 히로시+아뜰리에・파이 건축연구소(原広司+アトリエ・ファイ建築研究所)
- 준공연도: 1997년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층수: 지상 16층, 지하 3층
- 연면적: 약 235,000㎡
- 시공사: 교토역빌딩건설공사공동기업체(大林組 他)
**교토역 빌딩 개요**
― 하라 히로시가 설계한, ‘수평적 도시’를 품은 공공건축의 실험 ―
1990년 11월, 교토역 빌딩의 설계 공모가 공고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하라 히로시(原広司) + 아틀리에・파이 건축연구소의 안이 당선되었고, 이후 도시계획 결정 및 행정 절차를 거쳐,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포함한 총 6년 반에 걸친 긴 설계 작업이 이어졌다. 1993년 12월부터 일부 구간을 착공하여 1997년 7월에 준공되었으며, 9월에 호텔과 상업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이 완전히 오픈하였다.
교토역 빌딩은 연면적 235,170㎡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시설로, 교토라는 도시의 전통성과 현대성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하라히로시는 이를 ‘신우메다 시티(우메다스카이빌딩)’가 수직적 도시라면, 교토역 빌딩은 ‘수평적 도시’를 구현한 사례라고 명명했다. 면적은 우메다빌딩의 경우, 21만 6천 m 2, 교토역빌딩은 23만 8천 m2로 그리 큰 차이 없지만 그 면적을 옆으로 눕힌 것으로 인해, 기준층이 없는 건축이 되었다. 그 거대한 매스는 도시의 지평선 위에 인공적인 지형을 형성하며, 건축이 도시의 기반구조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험하고 있다.
**■ 계획 및 구조적 특징**
교토역빌딩의 계획을 상징하는 숫자를 모아보았다.
아틀리에・파이가 제작한 실시설계도면은 총 2,700매에 달한다. 그 내역은 건축 도면 약 9,000장, 구조 도면 3,000장, 설비 도면 1,500장에 이르며, 실제 시공 도면을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구조 설계를 담당한 기무라 도시히코(木村俊彦)는 이 건축물을 “우메다는 초고층의 수직연결건축, 교토는 수평연결건축“이라 말하며, 전체길이 47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매스는 엑스펜션조인트가 일절 두지 않는 일체형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당시의 구조 기술 수준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접근이었다.
- 피난계단은 총 62개소이며, 이 중 11개소는 특별피난용 계단이다.
- 엘리베이터는 총 45기(비상용 10기 포함), 에스컬레이터는 103기로, 합계 148대가 설치되었다. 이것은 교토시가 1년간에 신청된 승강기대수의 3할에 달한다.
이외에도 총 5개 항목에 대해 「건축기준법 제38조」의 대신인정(국토교통대신 인정)을 받아야 했던 만큼, 전례 없이 복잡한 행정·기술적 조율이 요구되었다.
**■ 시공 및 공정에 대해**
건축주인 교토역빌딩개발은 약 30명, 서일본여객철도의 교토역빌딩공사현장에는 약 28명, 아뜰리에・파이의 현장상주자 3명, 구조 1명, 설비 2명, JV공사사무소의 직원 약 150명, 각 협력회사를 포함해, 최성기에는 설계·감리·시공을 포함한 약 500명이 상주했다. 약 30만 명이 하루에 통과하는 철도교통이 유지되는 상황 속에서 공사가 진행되었다.
- 아트리움 구조의 상부는 높이 25m에 걸친 트러스를 통해 20m 사각의 가설 데크가 수평이동하며 설치되었고,
- 타워 크레인은 400톤급이 9기로, 최대 230m까지가 3기, 그 외 크레인을 포함해 총 16기가 세워졌다.
현장에서는 합계 약 3100매 이상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이 사용되었으며, 동일한 거푸집을 2장 이상 반복해 쓰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맞춤 제작된 부재가 다수를 차지했다. 외장 마감은 대형 화강석 판재에 워터젯 가공 및 광택 처리를 병행하였으며, 45000m2분이 투입되었다.
**■ 스케일의 병치**
하라 히로시는 이 건축이 “개인을 초월한 스케일을 지녔으면서도, 결국 그 안에는 수많은 개인의 얼굴이 담겨 있다”라고 회고한다. 수직과 수평, 전통과 미래,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중첩된 이 교토역 빌딩은 단순한 교통 허브를 넘어, 건축이 도시적 질서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를 강렬히 시사하는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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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규모프로젝트의 현상설계공모였던 만큼,안도다다오와 쿠로카와 키쇼와 같은 유명한 건축가도 참가했었다.
다음 편에서는 그 당시의 다른 현상안에 대해 전하겠다.